이글루스 | 로그인  


행운집적기 비판

 간단히 말해 행운집적기는 이 세상을 변화시켰다. 어떤 치들은 이런 내 표현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초라하다 지적한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행운집적기는 단순히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에만 그친 것이 아니라 진보와 발전을 이뤄냈으며 좀더 격정적이고 종교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인류의 구원을 위한 제 2의 매개체'라 부르기에도 부족함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해석에 동의하고 있을뿐더러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뒷받침해줄 상당히 많은 근거 자료를 제시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사과와 관련된 연구를 하던 육종학자가 뜻밖에 인간의 쓰레기 유전자에 대한 기능 구조를 일부 밝혀낸 일은 행운집적기가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이룩한 대표적 업적으로 손꼽힌다. - 하필 그가 사과를 연구하고 있었던 까닭에 이 사건은 제 2 메시아 설에 대한 은유적 상징으로 활용되기도 했는데 나는 여기에 행운집적기를 예찬하던 사람들의 집적기가 개입되지 않았나 의심한다. - 그 외에 사망선고를 받은 환자의 수술 성공과 회복률의 증가 그리고 그에 따른 평균수명의 연장, 산업 재해의 감소, 기업 생산성의 눈에 띄는 증가, 예술 명작들의 홍수, 점차 0으로 향해가는 지니계수 등등. 그들이 근거로 댈 수 있는 통계적 자료는 양도 많고 다양했다.

 과거의 경우라면 통계학자들이 통계의 해석에 대해 늘 주의하듯, 주장과 자료 사이의 엄밀한 관계를 논하며 이러한 근거의 오류 가능성들을 지적해봤을 것이다. 헌데 행운집적기의 사회과학적 성과는 통계수치들 사이의 상관관계와 인과성을 보다 신뢰성 있게 따질 수 있는 간단한 이론을 탄생시켰다. 그 방식에 따라 그들이 제시하는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하고 해석을 해보면 '이 자료들은 모두 적절한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답을 얻게 된다. 이런 세상이었다. 통계라는 도구를 가지고 그들의 주장을 오류라 말 할 깜냥이 내게는 없다. 

 솔직히 인류에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2012년 9월의 발견에 경이를 느끼기로는 나 또한 행운집적기의 예찬론자들과 다를 것이 없다. 또한 허무맹랑해보이던 발견을 기술화하고 상품화하는데 투자했던 정부와 기업의 진취적인 태도에도 감탄하고 있다. 그런 노력들을 거쳐 발명된 행운집적기가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행운집적기는 2015년에 대중에게 처음으로 선을 보였고, 좀 더 많은 시간이 흐르자 새로운 패러다임의 단순한 제시를 넘어 세상에 패러다임을 완벽히 구현해내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후에 설명하겠지만 여기에는 대만인과 중국인들의 공이 컸다.) 모두가 입을 모아 말했다.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해질 것이라고. 실제로 대단히 많은 사람들은 행복에 도취되었고 그 중의 대부분은 아직까지도 행복에 젖어 살고 있다.

 하지만 지식인의 의무란 끊임없는 비판이다. 모두가 수긍하고 기뻐할 때에도 부인을 하며 비관적 미래를 암시해야 한다. 물론, 숱한 역사적 고비에서 지식인들이 때때로 비판 대신 침묵을 지키거나 비판을 위한 비판에 메여 본질을 잊곤 했음을 부인하진 않겠다. 나는 다만 근래 몇몇 지식인들의 비판이 그렇듯 건전치 못한 것은 아니라 생각하는 바. 그들의 의견을 모아 이 자리에서 조심스럽게 말해보려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것이 소극적이나마 내 의무를 다하는 길이라 믿는다.


 행운집적기와 함께 우리는 루비콘 강을 건넜고, 레테의 강물을 마시지는 않았으되 과거의 경험만으로는 돌아갈 길을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좀더 설명을 덧대보자면 우리는 돌아갈 길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꽤나 명확히 알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 지니계수가 0으로 수렴해갔고 인류는 멸망으로 수렴해갔다. 나는 먼 과거에 공룡이 그랬듯 어느 한순간 인류가 이 지표 위에서 자취를 감추고야 마는 끔찍한 종말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찰스 파스테르나크의 말을 빌어 우리 인간을 호모 쿠아에렌스 즉, 탐구하는 인간이라 규정한다면, 끊임없는 발전과 변화를 위해 탐구하던 그 인류는 어느덧 개념적 멸망을 맞이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이 것을 진보나 발전이라 말하곤 한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이 것은 그저 변화일 뿐이다. 지속적인 진보선상을 의미하는 칼 맑스나 헤겔의 변화가 아닌, 단순한 국면의 전환. 인류는 행운집적기를 통해 진보나 발전을 누린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저 단순한 국면의 전환을 겪었을 뿐이다.



이어지는 내용

by 고고앤쉬크 | 2008/06/14 05:11 | 트랙백 | 덧글(1)

#10 관련 참고 자료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


빈센초 카무치니, 『시저의 살인』


미켈란젤로 카라바지오, 『목자들의 경배』


고드프리 크넬러의 뉴턴의 초상화


외젠 들라크루아,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자크 루이 다비드, 『알프스를 넘는 나폴레옹』

레닌 프로파간다 포스터

알버트 아인슈타인

by 고고앤쉬크 | 2008/05/31 20:01 | 트랙백 | 덧글(0)

5월 3일의 일기 (1) 글쟁이 문답

글쟁이 문답

난 글쟁이는 아니지만...

0. 글을 쓰고 계십니까? (과제 제외)
- 그렇다.

1. 글을 쓸 때 먼저 정하고 쓰는 것은?
ⓐ 사건 ⓑ 인물 ⓒ 대사 ⓓ 배경(지리, 문화, 역사, 종교 등등...) ⓔ 기타
- 사건 혹은 주제.

2. 글을 쓸 때의 버릇이 있습니까?
- 플롯 완성 후, 집필 - 퇴고의 무한 반복.
- 철저한 아마추어리즘에 기초해 쓰고 싶을 때만 쓰는 버릇이 있다.

3. 글을 쓸 때, 주로 사용하는 도구는?
ⓐ 워드프로세서 ⓑ 온라인의 게시판 ⓒ 타자기 ⓓ 원고지(노트) ⓔ 기타
- 온리 워드.

4. 글의 분량은 대충?
ⓐ 주로 단편 ⓑ 주로 장편 ⓒ 쓰다보면 주체없이 길어진다
- 단편, 중편, 장편. 다양.

5. 글을 쓸 때, 설정은 언제 합니까?
ⓐ 쓰기 전에 완벽하게 ⓑ 쓰면서 ⓒ 내 사전에 설정이란 없다!
- 플롯을 짜면서 대강의 설정을 짠 후, 쓰면서 좀더 세밀하게 다듬는다. 작품 속에서 다뤄지지 않는 설정 같은 것은 굳이 신경쓰지 않는다. 글에 사용되거나 관련되지 않는 설정은 죽은 설정이라 생각한다.

6. 설정을 글로 써둡니까?
- 따로 써두는 편은 아니다. 플롯에 들어가거나 글을 쓰는 과정에 문자화되는 이상으로 따로 정리해둘 필요는 없는 까닭이다. 작품이 완성된 후에 그 곳에 쓰인 설정을 따로 정리한 경우는 있다.

7. 글을 왜 쓰고 있다고 생각합니까?
- 작문이 취미.

8. 자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작가가 있습니까?
- 이문열 같이 다양한 느낌, 다양한 소재, 다양한 형식이 글을 써보고픈 욕심이 있다. 서구적인 느낌의 판타지는 톨킨의 장중한 문체를 지향하고, 르 귄 같이 사회나 인간에 관한 성찰을 그려내는 작품을 꿈꾸기도 한다.

9. 주로 쓰게 되는 장르가 있습니까?
- 주로 장르물을 각 장르적인 전통에 맞춰 써보려 노력하는 경향이 있고, 판타지나 소프트한 SF, 공포 등을 써보았다. 사실 일반 문학 작품도 몇 편을 도전해본 적이 있는데 모두 진행형이고 아직 완성된 글이 없다.

10. 자신의 첫 작품을 기억하고 있습니까?
-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작품이다. 정말 형편없었다.

11. 첫 작품의 분량은 어느 정도였나요?
- 중편 분량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12. 첫 작품의 장르는?
- 판타지.

13. 첫 작품과 지금의 것을 비교해 보았을 때, 자신이 성장했다고 생각합니까?
- 어차피 십 년이 지난 후에 바라볼 지금 시점의 작품에 대한 느낌이
지금에 내가 보는 첫 작품에 대한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을 안다.

14. 글을 쓸 때, 자신도 모르게 사로잡히는 강박관념이 있습니까?
- 퇴고.

15. 자신의 글의 주인공을 더 좋아합니까, 조연을 더 좋아합니까?
- 어떤 인물도 애정없이 쓰는 경우는 없다. 그런 인물들을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자식들 중 누구를 더 좋아하느냐, 부모님 중 어느 편을 더 좋아하느냐는 질문은 답하기 곤란한 질문이다.

16. 글의 등장인물은 여자가 더 많습니까, 남자가 더 많습니까?
- 대개의 작품에서 여자는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다.

17. 가장 길게 써본 글의 분량은?
- A4 127매.

18. (개인 홈에라도) 연재중인 글이 있습니까?
- 있다. 사실 개인 이글루의 연재가 중심이다. 연재 반응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고 보니 연재 사이트는 보관함의 성격도 짙다.
- 결정적으로 애착을 갖고 연재하는 곳은 사이트가 침체되거나 폐쇄되는 경향이 있었다.
- 나는 타인의 내 글에 대한 지적(주로 문체, 인물, 분위기)에 대해 대체로 무시하는 편이지만, 플롯 상의 결점 등이나 몇몇 조언에 있어서는 상당히 신경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사실 연재를 하며 결정적으로 큰 도움을 받아본 일은 대단히 적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지인들이 개인적으로 작품을 읽고 내려주는 진지한 평들에서 큰 도움을 받는 경우들이 많았다.

19. 만약 누군가 당신의 글에 출판의뢰를 해온다면?
- 타인의 충고를 무시하며 개인의 취향과 관점에 얽매인 채 취미로 쓴 글들이고 보니 출판에 동의할 만한 글이 없다.

20. 자신의 글에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가 있다고 생각합니까?
- 대개 한 두개의 중요한 이야기를 염두에 두고 쓰곤 한다.
- 그러나 주제를 구조적으로 배치하려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구조에 얽매이지 않으려 노력한다.

21. 특별히 글이 잘 써지는 시간이 있습니까?
- 없다. 딱히 의무감이 없이 편할 때 쓰다보니 특별히 글이 잘 써질 것 같을 때만 쓰곤 하는데, 그 때가 일정 시간대였던 기억은 없다. 굳이 말하라면 충분한 휴식으로 정신이 명료할 때, 그리고 살짝 배가 주릴 때가 글이 잘 써질 때인 듯 하다.

22. 한 번에 쓰는 글의 분량은? 즉, 몰아쓰는가, 짧게 끊어쓰는가 하는 문제.
- 그때그때 다른데, 흥취가 있는 한은 계속 쓰지만 그 것이 사라지면 바로 손을 놓아버린다.
- 여러 작품을 동시에 다루고 있고 각 작품의 장르나 분위기, 문장을 풀어내는 방식(문체)을 달리 취하기 때문에 글을 쓸 때에는 당장 쓰려하는 각 작품의 특정한 분위기를 숙고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곤 한다.

23. 지금까지 써온 글의 갯수는?
- 완성작은 중편 하나, 장편 하나, 단편이 일곱 편 정도.
- 집필 중인 작품은 장편이 네 편, 중편이 세 편, 단편이 네 편 정도이다.

24. 그 중에 완결작의 비율은? 글을 완결내지 못하는 이유가 있는가?
- 장편과 단편을 각각 한 작품으로 동일하게 계산한다면 50%가 안 된다.

25. 자신이 좋아하는 시점이 있는가?
- 3인칭 관찰자, 전지적 작가, 일인칭. 모두 좋아하고, 각각의 인칭으로 작품들을 써보는데 일인칭이 가장 어렵고 3인칭 시점을 주로 선택하게 된다.

26. 자신이 자신의 글의 등장인물이 될 수 있다면 주인공, 조역, 엑스트라, 전능한 방관자(나레이션) 중 어느 것이 좋습니까? (물론 기타도 가능)
-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아무래도 나레이션을 택하게 될 것이다.

27. 자신의 글을 다른 매체로 만든다면 무엇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가?
- 활자화된 소설 외에는 어울리는 매체가 없을 것이다.

28. 등장인물이나, 지명의 이름은 어떻게 짓는가?
- 보통 유명 인물 혹은 사전을 찾아 사용하는데 때로는 나와는 너무 친하지 않은 지인의 이름을 쓰기도 한다. 이름에 담긴 의미에 신경을 쓸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개인적으로 작명은 가장 고된 작업 중의 하나이다.

29. 글을 구상하거나 쓸 때는 주로 어디를 애용하는가?
- 개인적 거주공간 외에서는 글을 쓰지 않는다.

30. 자신이 쓰는 글의 삽화를 그려본 적이 있는가?
- 딱히 없다. 사실 작품 속에 삽화가 들어가는 것에 대해 그리 긍정적인 입장도 아니다.

31. 글쓰기가 아닌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면?
- 공부, 인터넷, 독서, 수면.

32. 퇴고에 신경 쓰는 편인가?
- 상당히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다.

33.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34. 바톤을 넘길 글쟁이들은?
- 알아서.

by 고고앤쉬크 | 2008/05/03 18:13 | 트랙백 | 덧글(1)

4월 20일의 일기 (1) 토끼





공포의 토끼

by 고고앤쉬크 | 2008/04/20 11:35 | 트랙백 | 덧글(0)

4월 7일의 일기 (3) 비밀번호 5회 연속 불일치.

 간만에 증권 거래 계좌의 비밀번호를 입력했는데, 1회 실패.
 분명 맞는데 틀리다고 하기에 오기가 난 나는
 '5회 불일치시...' 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4번을 더 똑같이 입력했다.

 알아보니까 해결하고 싶으면 계좌 개설한 지점으로 인감이랑 신분증 들고 오란다...
 동네 부근에서 개설한 것도 아니고, 남의 동네에서 개설했는데.

 아... 이래서 세상은 유하게 살아야 하는 것 같다.

by 고고앤쉬크 | 2008/04/07 15:34 | 트랙백 | 덧글(2)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